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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 돈이 사람 됨됨이를 보여주는 순간
    청년사업가의 조각들 2025. 3. 19. 14:49

    1.

    상가 부동산을 알아보고 있었다. 싸고 헌 건물과, 더 비싸고 새 건물이 있었다. 더 비싸고 새 건물이 마음에 들어 부동산에 갔다. 매매 계획은 없으시냐 계속 물었지만 임대를 알아본다 했다. 공실이 1년 이상 지속된 동네라 헐값에 주기싫은 주인들이 남았는 상황인듯 했다. 작은 평수 한칸 임대인데 별나게 친절하고 이것저것 혜택을 얘기했다. 자꾸 매매계획은 없으시냐고 물었다. 임대를 진행하겠다고 하고 월세도 깎고 렌트프리를 주고는 무료주차자리 확보와 관리비 정산시기를 공사 시작시기로 봐준다는 얘기도 나왔다. 별나게 혜택을 많이 껴주길래 기분도 좋았고, 공실이 그만큼 길었나보다, 주인은 원래 더 낮은 월세를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었겠다 생각했다.

    계약금을 걸고 계약서 쓰는 날에 다시 갔다.

    이전에 실컷 얘기하던 실장님은 어디가고 부동산 대표라는 존재(인간이라 부르기도 모하다)가 나왔다. 오기로한 임대인은 없고 이미 작성된 계약서가 있었다. 이 테이블에서 그 대표는 많은 말을 엎었다.

    그런 말도 안되는 말은 한 적 없다고 하면서.

    이게 굉장히 놀라웠는데, 근래 어디서 본 적이 있는 사태다. 대통령이라고 하는 사람, 여당이라고 하는 존재들이 한 그 아이같은 행동을 직접적으로 경험한거다. 이 상황을 모면해야 하는 상황이 분명히 있겠지. 그런데 뻔한 상황을 '아니다, 그런일 없다'고 '그렇게 본 니가 이상하다'는 태도를 취하는 거다. 마치 어린이가 눈가리고 자기가 안보이면 상대다 못볼거라고 생각하고 '나 없다'고 하는거다.

    어쨌든 부동산 대표라는 동물은 시종일관 '부동산 계약 어디를 찾아봐도 그런 혜택을 주겠다는 데는 없을건데 무슨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하냐'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전 거래때 현장에 있었던 직원은 얼굴을 붉혔지만 아무 말도 못했고 마지막에 사무실 밖까지 따라나와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2.

    고객이 스페설 오더로 보석을 주문했다. 금액이 억대에 가까워서 주변에서 돈을 빌려 일단 주문 제작했다. 고객을 만나려고 비행기를 탔고 내리자마자 고객과 거래를 했다. 돌아가는 비행기는 한달여 시간이 있었고 다른 일정들을 처리했다.

    일정 막바지, 그 고객이 전화가 왔다. 남편 반대로 거래를 취소해야 할 것 같다고. 당황했지만 부모님의 지인이고 거래 당일에 식사도 하고 여러 이야기도 나누었기에 일단 만나서 얘기를 하시자고 했다.

    전화 다음날 만난 그 고객은 거래일과는 달리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왔고 차에서 내리기 무섭게 물건을 주고 돈을 받아갔다. 그냥 그렇게.

    사업도 하는 사람이고 부모님 지인이고 인간적인 신뢰가 있었고 돈자랑도 그렇게 했었고...이 모든게 무슨 소용인가,가 되어버렸다. 남편의 반대였든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든 자신이 주문해서 받은 물건에 대한 변심이든 어쨌든 그 상황은 돈자랑을 그렇게 잘하고 좋아하던 그 고객을 그런 인간이게 만들었다. 아니 그런 인간임을 드러내게 만들었다. 돈이 무슨 잘못인가.



    3.

    나이가 들고 부끄러움도 아는 나이에 이렇게 대응하게 어떻게 가능할까. 이익이겠지. 이익은 뭘까. 권력과 돈이겠지. 권력과 돈이 더 되는 행동 양식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에 부끄럽기는 커녕 떳떳하고 똑똑하다고 판단되겠지.

    나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거래에서 지킬 수 없는 뻥카를 날리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걸 못 지키게 될 상황에서 나도 그렇게 행동하게 될까.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말씀드린 약속을 못 지킬 것 같다고 거래를 취소할까. 그럼 또 임대인에게 한 약속을 못 지키게 될 텐데.

    돈많다고 큰소리를 뻥뻥쳤는데 사실 그때부터도 남편 낌새가 안좋기는 했다. 근데 주문해버려고 이미 물건은 와버렸다. 거래를 했는데 남편이 돈내놓으라고 난리다. 뭐 아님 애가 유학가서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당장에 현금이 필요한데 보석산 돈이 제일 가능성이 있다. 그럼 나도 이런 행동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까.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 당장에 현금이 필요한 일이 생겼다고 사정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할까.

    아무튼 이런 상황을 만났을 때도 지혜가 있어야 대응이 가능한 건 맞는 것 같다. 아니면 돈/권력 문제를 해결하려고 인간적인 행동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되든 돈/권력만 해결하면 되는) 돈/권력 중심적인 행동을 해버리고 말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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