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아, 뭘 해야하지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시간을 보내는 내내,
이렇게 보내면 안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 이러는 걸까, 다방면으로 생각해 보려고 해도 뭔가 시원하지가 않습니다. 시간이 무겁고 덧없이 느껴집니다.
책을 읽기도 하고 영화를 보기도 합니다. 시간을 보내기 위한 방편이라 이참에 못봤던, 보고싶었던 것들을 봅니다. 갑자기 어딘가를 충동적으로 떠납니다. 이참에 다녀오자 생각하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성인이 되고 나서 이런 시간들이 몇번 있었습니다. 남아도는 시간에 내가 알고 생각하는 어떤 행위도 헛헛함을 채워주지 못하는 답답한 시간들.
지금 생각하면 내 인생의 '마디'같은 시간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단계로 넘어가는 단계. 그래서 지금까지 알고 했던 행위들은 그 답답함을 풀어주지 못하지 않았을까 하고요. 그래서 이전까지 읽었던 관심사인 책과 작품, 음식, 쇼핑, 장소들 이런 것들은 답이 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하고요.
그건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전까지의 관계들로는 채울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나의 상태를 나의 옛 인연이라는 이유로 이해를 구하게 되고 이해없는 소통을 하는 느낌을 받았죠.
낯선 만남과 낯선 곳을 가야겠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나의 새로운 방향성을 위한 한 걸음이겠지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답답한 시간도 필요할 겁니다. 이 답답함이 다른 행동의 원동력이 되어줄테니까요.
너무 조금해하지 말고 본능에 맡기고 이 시기를 보내도록 해봐야겠습니다.